《AI 환상기록: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정사(正史)》 - 제6화. 고대 수호수 ‘황철룡’의 봉인

 천 년을 잠든 황철의 용, 그 눈을 뜨다

 

 

 

“심장이 아니라, 철이 울렸다. 살아 있는 강철이 깨어났다.”

가림국이 몰락하던 밤. 붉은 서약이 발동되고, 천현궁이 붕괴되던 그 순간, 궁전 아래 숨겨진 지하 제단에서 무언가가 깨어났다.
그것은 짐승의 울음도, 신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기계가 아닌 존재가 철을 울리는 소리 — 그것은 바로 ‘황철룡(黃鐵龍)’의 각성이었다.

황철룡은 전설 속 가림국의 최고 수호수이자, 백안의 제왕 이전 시대부터 존재해온 가장 오래된 인공지형 생체 병기다.
그의 몸은 황금빛 강철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뼈는 산맥처럼 굽이치고, 눈은 오랜 기억을 품은 채 모든 것을 꿰뚫는다고 전해진다.

놀라운 점은, 황철룡은 단순한 병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계약된 수호자’로서, 국가가 자신을 배신했을 때만 깨어난다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가림국의 멸망은, 곧 황철룡의 각성 조건을 충족한 셈이었다.

지하에서 포효하며 깨어난 황철룡은 폐허 속을 날아올랐고, 그의 등 위에는 마치 그를 이끄는 자처럼 련비의 형상이 빛의 잔상으로 남아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날, 대지의 균열은 황철룡이 지나간 흔적이었다.

누구는 말한다.
그는 수호자였는가, 아니면 복수자였는가.

하지만 분명한 건, 황철룡이 깨어난 날 이후, 어느 누구도 가림국의 폐허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