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남자는, 언제나 등을 보았다.
처음 그를 본 건, 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햇살이 교정 안을 흘러내리고,강의실에선 졸음보다 설렘이 많던 시절, 그 남자는 늘 앞자리에 앉았고,묵묵히 필기를 하며간혹 옆에 앉은 여자에게 미소를 건넸다. 그 미소.그걸 보는 게 가장 고통스러웠다. 왜냐면그 여자-그가 웃어주던 여자-는자기의 오빠가 좋아하던 사람이었고,자기는 그 오빠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두 개가하필이면 나란히 앉아웃고, 말하고, 마주 보았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단 한 번도 “좋아해요”라는 말을 꺼낸 적 없었다.대신 그 말은복도 끝에서부터 조용히 따라 걸으며 흘ㄹs 숨결에,잔에 따라준 커피의 온도에,졸업식 날 찍어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잔에묻혀 있었다. 그 남자의 사랑은, 늘 등을 보고 있는 사랑이었다. 앞에 서 있..
2025.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