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서로를 향하지만, 절대 닿지 않는 마음들
여자 후배는 언제나 그 선배를 먼 발치에서 봤다. 선배는 웃을 때도, 술을 마실 때도,늘 기숙사 동기- 그 남자애를 향해 있었다.그 눈빛은 쉽게 들키지 않을 만큼 조심스러웠지만,여자 후배는 알아봤다. 사랑하는 눈빛은 절대 숨겨지지 않는다는 걸,자신이 매일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기에. 선배가 힘없이 웃을 때, 술김에 그 동기의 이름을 부를 때,어깨에 기대어 잠들면서도 다른 사람을 찾을 때- 그럴 때마다여자 후배는 마음 한구석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도 알아요, 선배.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얼마나 아픈지.” 가끔은 선배를 향해 달려가고 싶었다. “그만해요, 제발. 그 사람은 몰라줘요.나는 이렇게 여기 있는데요.” 하지만 입술을 깨물고 참았다.자기 사랑도, 선배의 사랑처럼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걸..
2025. 5. 6.
3. 그 남자는, 언제나 등을 보았다.
처음 그를 본 건, 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햇살이 교정 안을 흘러내리고,강의실에선 졸음보다 설렘이 많던 시절, 그 남자는 늘 앞자리에 앉았고,묵묵히 필기를 하며간혹 옆에 앉은 여자에게 미소를 건넸다. 그 미소.그걸 보는 게 가장 고통스러웠다. 왜냐면그 여자-그가 웃어주던 여자-는자기의 오빠가 좋아하던 사람이었고,자기는 그 오빠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두 개가하필이면 나란히 앉아웃고, 말하고, 마주 보았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단 한 번도 “좋아해요”라는 말을 꺼낸 적 없었다.대신 그 말은복도 끝에서부터 조용히 따라 걸으며 흘ㄹs 숨결에,잔에 따라준 커피의 온도에,졸업식 날 찍어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잔에묻혀 있었다. 그 남자의 사랑은, 늘 등을 보고 있는 사랑이었다. 앞에 서 있..
2025.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