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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를 본 건, 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햇살이 교정 안을 흘러내리고,
강의실에선 졸음보다 설렘이 많던 시절,
그 남자는 늘 앞자리에 앉았고,
묵묵히 필기를 하며
간혹 옆에 앉은 여자에게 미소를 건넸다.
그 미소.
그걸 보는 게 가장 고통스러웠다.
왜냐면
그 여자-그가 웃어주던 여자-는
자기의 오빠가 좋아하던 사람이었고,
자기는 그 오빠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두 개가
하필이면 나란히 앉아
웃고, 말하고, 마주 보았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좋아해요”라는 말을 꺼낸 적 없었다.
대신 그 말은
복도 끝에서부터 조용히 따라 걸으며 흘ㄹs 숨결에,
잔에 따라준 커피의 온도에,
졸업식 날 찍어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잔에
묻혀 있었다.
그 남자의 사랑은, 늘 등을 보고 있는 사랑이었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몰랐고,
알아도 안 될 것 같아서 애써 눈을 감았다.
어느 여름날,
그는 오빠가 말하는 걸 들었다.
“그 애, 고백할까 말까 고민이야.”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소리.
그건 물에 빠진 돌처럼 깊고 조용했다.
그날 밤, 그는
오래전부터 적어 두었던 메시지를 지웠다.
“형, 나는요....처음부터 형이었어요.”
그렇게 사랑은 말하지 못한 채 끝났다.
하지만 끝났다고 생각한 그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누군가의 등을 기억한다.
햇살을 받으며 웃는 그 사람의 모습.
절대 마주 보지 못했지만
영원히 잊히지 않는 한 장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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