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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친해지기

1. 매일 아침 꽃을 사는 여자

by 무님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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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늘 아침 일찍

그러니까 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기 시작할 때쯤

동네 골목 끝, 작은 꽃집으로 향했다.

 

꽃집은 사거리 모퉁이에 있었는데,

크기는 작지만 간판이 예쁜 가게였다.

문을 열면 풍경보다 향기가 먼저 들어왔고,

그 향기 너머에 남자가 있었다.

햇살을 등에 지고, 꽃에 물을 주는 남자.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어떤 꽃을 드릴까요?”

짧고 부드럽게, 언제나 그 한마디로 시작했다.

 

그 여자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

오늘은....제일 오래 가는 꽃 주세요.”

 

그건 변명이었다.

진짜 이유는 꽃이 아니라,

그 남자가 꽃을 고르는 손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손끝에서부터 꽃임까지 이어지는 섬세함,

그리고 묵묵히 꽃을 감싸는 그 눈빛이

여자의 마음 한구석을 매일 살짝 물들였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친구에게도, 거울 속의 자신에게도

그건 혼자만 아는 마음의 꽃다발 같아서,

괜히 꺼내면 시들까 봐 두려웠다.

 

어느 날,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즘엔 늘 초록이 많은 꽃을 고르시네요.”

 

그 말 한마디에 여자의 가슴 속에 있던

수천 송이의 감정이 소리 없이 흔들렸다.

 

초록.

그건 생명의 색이고,

기다림의 색이며,

아직 피지 않은 사랑의 색이었다.

 

그날 그녀는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한테 초록이 어울릴 것 같아서요.”

 

그리고 돌아서며 속삭였다.

당신한테요.”

 

그 말은

꽃잎처럼 가볍게 바람에 실려

그 남자의 어깨 위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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