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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친해지기

2. 그 애는 늘, 꽃을 들고 있었다.

by 무님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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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건 어느 늦봄이었다.

오빠가 잠깐 들렀다 간다는 말과 함게 집에 데려온 친구.

키가 크고 말 수가 적은 남자였고,

그날 그는 현관에 들어서며 무심히 말했다.

 

, 이거 떨어뜨린 것 같아서.”

 

작은 꽃다발 한.

라넌큘러스와 초록잎이 섞인,

따뜻하고 예쁜 조함.

 

 

그 꽃은

그녀가 꽃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홀린 거였다.

 

그때부터 여자애는 자주, 꽃을 들고 다녔다.

그리고 그 오빠 친구는

자주, 몰래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안다.

그 꽃이 누구를 향한 건지.

그 눈비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그 손끝이 떨릴 때,

왜 그 손이 아무리 뻗어도 닿지 못하는지도.

 

그는, 오빠의 친구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작은 사랑에 너무도 집중하고 있어서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매번, 무심한 척 웃었고

때로는 오빠에게 그녀 이야기를 들을 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녀가 다른 사람을 보며 웃는 걸 보는 게

왜 일허게 아플까-

그 생각만 맴돌았다.

 

어느 날,

그녀는 망설이다가 꽃집 문을 열지 않고 돌아섰다.

손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눈빛도 흔들렸다.

 

그 순간,

오빠의 친구는 처음으로 마음속에서 무언가 밀어 올렸다.

가슴 한가운데서, 조용히.

마치 말라가던 꽃 한 송이가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그날 밤 그는 메모 한 장을 써서

그녀의 문틈에 살짝 밀어 넣었다.

 

꽃은 네가 들고 있을 때 제일 예뻤어.

그 사람이 아니라,

너 말이야.”

 

그 메모는

다음날 쓰레기통에 있을 수도 있고,

책상 서랍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어쩌면 영영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겐 상관없었다.

 

그도, 누군가를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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