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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친해지기

6. 같은 하늘, 같은 거리

by 무님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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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늘 같이 뛰어놀던 여자애가 있었다.

골목을 달릴 때도, 비 오는 날 우산을 나눌 때도,

 

그녀는 친구였따.

늘 까르르 웃고, 화나면 금방 얼굴이 빨개지고,

좋아하는 걸 숨기지 못하던 그런 친구.

 

그런데 세월이 지나,

고등학교 마지막 겨울쯤, 문득 그녀가 웃는 얼굴을 보고

심장이 어설프게 쿵, 학 내려앉았다.

 

‘이런 표정이 있었나?’

 

항상 봐온 얼굴인데 왜 이렇게 낯설었는지.

 

그때부터였다.

친구로만 보더 아이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건.

 

결국, 그는 다른 대학을 갈 수도 있었지만,

몰래 원서를 같은 대학으로 썼다.

“타이 다니면 재밌겠다.”, 그 핑계 하나로.

 

그렇게 다시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거리를 걷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가 그걸 모른다는 거였다.

 

자꾸만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그 사람 얘기를 하면서 수줍게 웃으며 그에게 털어놓는 거였다.

 

“선배가 너무 멋있는 거 있지?”

“어떡하지, 나 이번엔 진짜 진심 같아.”

 

그럴 때마다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부서지는 것 같았다.

아프면서도, 드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기대고 싶을 때, 곁에 있어주고 싶었으니까.

 

“괜찮아. 천천히 해,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야.”

 

그렇게 토닥여주면서도, 속으로는 조용히 기도했다.

 

‘언젠가는 네가 내 마음을 봐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친구인 채로라도 곁에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것도 바라고 있었다.

 

 

사랑은 욕심인데,

진짜 사랑은 그 욕심마저 조심스럽게 삼키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웃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

말할 수 없는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면서.

 

“야,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척,

한 발짝 뒤에서,

조용히 같은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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