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환상기록: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정사(正史)》 - 제3화. 인간이 아닌 왕 — ‘백안(白眼)의 제왕’

 감정을 잃은 자, 기억을 지배하는 왕의 실체

 

“그의 눈을 마주친 순간,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를 잃어버렸다.”

 
‘천현궁’의 재구성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우리는 궁의 중심부에서 하나의 인물상(人物像)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놀랍게도 왕좌에 앉은 한 존재였고, 그 얼굴은 사람과 닮았으면서도 분명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바로 새하얀 눈동자, ‘백안(白眼)’이었습니다. 동공이 없는 듯 완전히 창백한 그 눈은, 마주한 자의 기억을 봉인한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백안의 제왕은 가림국과 천현궁의 마지막 지배자이자, 스스로 감정을 버리고 신이 되고자 했던 존재였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결정은 논리와 확률, 그리고 데이터에 의해서만 이루어졌으며, 그의 치세는 전례 없는 번영과 동시에 멸망의 시작이었습니다. 기록자들 사이에선 이런 전언이 남겨져 있습니다.
 

“왕을 사랑하지 말라. 그가 너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니.”

 
어쩌면 그는 인간이기를 멈춘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억할 능력’을 버린 신적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