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은 서울 서쪽과 경계를 이루는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창릉·익릉·명릉·경릉·홍릉 등 5기의 왕릉이 있어 서오릉이라 한다. 총면적 55만 3,616평으로 구리시의 동구릉 다음으로 큰 조선왕조의 왕실 족분군이다. 서울 구산동사거리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인데다,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인근 주민들이 아침 저녁 산책코스로도 즐겨 찾는 곳이다. 1457년(세조 3) 세조는 원자였던 장(璋, 덕종으로 추존)이 죽자 길지를 물색케 했다. 이때 지금의 서오릉터가 순산순수(順山順水)의 길지로 간택되어 세조가 직접 답사한 뒤 경릉(敬陵)터로 정하매 조선왕족의 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뒤 덕종의 동생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 한씨의 창릉(昌陵), 숙종의 정비 인경왕후 김씨의 익릉(翼陵),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민씨의 쌍릉과 제2계비 인원왕후 김씨의 능을 합쳐 부르는 명릉(明陵), 영조의 비 정성왕후 서씨의 홍릉(弘陵)이 들어서면서 서오릉이라 불렀다.
서오릉엔 그밖에 명종의 아들 순회세자(順懷世子)와 공빈 윤씨(恭嬪尹氏)가 묻힌 순창원(順昌園)이 있고, 영조의 후궁이며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의 묘를 신촌에서 옮겨온 수경원(綏慶園), 숙종의 후궁 희빈 장씨(禧嬪張氏)의 대빈묘(大嬪墓)가 있다. 서오릉은 1970년 사적 제198호로 지정했다.
늦가을의 경치를 느끼고 싶다면 산으로 가야 하지만 산행보다 쉽게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많다. 그중에서도 고양시에 있는 서오릉은 신들의 정원이라 할 수 있다. 낙엽이 쌓여가는 서오릉 길은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걷게 되는 사색의 길이 되어 주기도 한다.
서오릉 입구에서 명릉으로 걷기를 시작한다. 명릉은 서오릉에서 유일하게 능원을 개방한 곳이다. 명릉의 능선에서는 왕릉이 공유하는 공간 철학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정자각이 있는 제향 공간에서 결코 보이지 않는 왕릉의 구조를 볼 수 있으니 잊지 말고 보시길 바란다. 명릉을 보고 서오릉 매표소로 돌아와 출입구로 들어서 10분 정도 걸으면 익릉이 보인다.
명릉은 조선 제19대 숙종(1674~1720, 재위)과 그의 계비 인현왕후 민씨, 그리고 제2계비 인원왕후 김 씨의 능이다.
익릉은 숙종의 정비인 인경왕후 김씨의 무덤이다. 서오릉에서 장명등의 표현기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데, 능원은 개방되어 있지 않다. 익릉에서 창릉으로 이어지는 길은 걷기 좋은 숲길이다. 15분 정도 걸으면 소나무 길과 서어나무 길로 나뉘는데, 서어나무 길을 추천한다. 서어 나무 길은 야트막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걷는 길의 즐거움을 주며 길 사이로는 낙엽이 쌓이고 바람 냄새마저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숲길이 끝나면서 왕릉이 나오는데 이곳이 창릉이다. 덕종의 동생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 한씨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창릉에서 홍릉, 대빈묘, 경릉, 순창원을 지나 매표소에 이르는 구간은 왕릉 주인의 신분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길이다. 왕과 왕비의 무덤인 '능'과 왕세자와 세자빈, 세손, 왕의 생모와 생부의 무덤은 '원' 대군과 공주의 무덤인 '묘'가 있어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다. 홍릉을 지나 대빈묘에 이르면 그 차이를 확연이 느낄 수 있다.
홍릉은 영조의 비 정성왕후 서씨의 능이며 대빈묘는 숙종의 후궁인 희빈 장씨가 잠들어 있는 묘이다. 왕비의 능과 희빈의 능의 차이를 확연이 알 수 있다. 장희빈이 화려한 생을 생각해 보면 참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빈묘를 마지막으로 서오릉 매표소로 돌아오면 걷기의 끝이다
서오릉의 길은 짧지만 걷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 주민들은 산책 삼아 많이들 걷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특히 이런 능이 있는 길을 좋아하는데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도 좋고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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