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성 솔바람길은 백제가 조성한 성흥 산성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펼쳐진 소나무 오솔길로 부여 남쪽의 임천면에 높이가 고작 268m에 불과한 성흥산(聖興山)이 있다. 그러나 주변에 이렇다 할 높은 산이 없는 금강 하류지역이어서 일대에서는 높이로 견줄 곳이 없다. 옛날 백제인들도 그 점을 간파하고 이곳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성흥산 정상 부에 산성을 쌓았다. 성흥산성(聖興山城)은 백제 동성왕 23년(501)에 쌓은 것으로, 본래 이름은 가림성(加林城)이었다. 성곽 둘레가 1.5km로 비록 크지는 않아도 백제 도 성을 지키기 위한 요충지였다. 이 성을 끼고 ‘부여 가림성 솔바람길’이 조성되어 있다. 가림성 솔바람길은 남북으로 길쭉한 형태의 성흥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남쪽 덕고 개에서 출발해 솔숲 울창한 능선을 따라 정상부의 가림성까지 간 후 북쪽의 한 고개로 내려서는 4.63km의 걷기 길이다.
솔바람길의 시작과 끝은 성흥산 고갯마루다. 덕고개에서 한 고개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성흥산성 양쪽으로 걷기 좋은 순한 길이 펼쳐진다. 산길이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가족고 함께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소나무숲 사이로 만들어진 길이라 상쾌한 솔향이 걷는 내내 몸을 가볍게 해 준다. 덕고개에서 출발하든, 한고개에서 시작하든 3km 내외의 길을 걸으면 성흥산성을 마주하게 되는데 산성길 아래로 펼쳐지는 금강을 보면 걷는 호강을 누릴 수 있다.
가림성 솔바람길은 덕고개나 한고개 고갯마루를 걷는 길도 좋지만 성흥산성에서 지나게 되는 구간이 이 길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성흥산성을 지나는 내내 아래로 펼쳐지는 금강 하류의 모습은 낮은 산의 언덕과 밭과 논이 어우러져 평화로움을 만들어 낸다. 성흥산성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1.5km 정도인데 걷는 시간이 지루할 겨를 없이 곳곳에 백제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산성에는 우물터가 몇 곳이 남아 있고, 고려 개국공신 유필금 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도 있어 30분여 걸리는 시간 동안이 금세 지나간다.
산성의 남쪽으로 걷다 보면 400년이 넘는 세월을 머물고 있는 느티나무를 볼 수 있다. 이 느티나무를 ' 사랑나무 '라고 부르는데 사진을 찍는 위치에 따라 하트 모양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게 된다. 아래로 펼쳐지는 경치의 아름다움도 좋고 불어오는 바람도 좋고 한없이 느껴지는 평화롭고 고요함은 지친 일상에서 잠시 해방시켜 주는 듯하다.
가림산 솔바람길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이라 사색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길도 잘 닦여있고 보이는 경치도 편안한 곳이다. 가을고 봄 또는 겨울의 경치도 제법 추천할 만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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