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은 경주시의 남쪽에 솟은 산으로 신라인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의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 개의 계곡과 산줄기들로 이루어진 남산은 남북 8km, 동서 4km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내린 타원형이면서 약간 남쪽으로 치우쳐 정상을 이룬 직삼각형 모습을 취하고 있다. 100여 곳의 절터, 80여 구의 석불, 60여 기의 석탑이 산재해 있는 남산은 노천박물관이다. 남산에는 40여 개의 골짜기가 있으며, 신라 태동의 성지 서남산, 미륵골·탑골·부처골 등의 수많은 돌 속에 묻힌 부처가 있는 동남산으로 구분된다. 남산 서쪽 기슭에 있는 나정은 신라의 첫 임금인 박혁거세의 탄생신화가 깃든 곳이며 양산재는 신라 건국 이전 서라벌에 있었던 6촌의 시조를 모신 사당이다. 포석정은 신라 천년의 막을 내린 비극이 서린 곳이다. 동남산에는 한국적 아름다움과 자비가 가득한 보리사 석불좌상, 9m 높이의 사면 바위에 탑과 불상 등을 새긴 불무사 부처바위, 바위에 아치형 감실을 파고 앉은 부처골 감실 석불좌상이 있다. 남산에는 미륵골(보리사) 석불좌상, 용장사터 삼층석탑, 국보 칠불암 마애불상군을 비롯한 11개의 보물, 포석 정터, 나정과 삼릉을 비롯한 12개의 사적, 삼릉골 마애관음보살상, 입 골석 불, 약수골 마애 입상을 비롯한 9개의 지방 유형문화재, 1개의 중요 민속자료가 있다. 유적뿐만 아니라 남산은 자연경관도 뛰어나다. 변화무쌍한 많은 계곡이 있고 기암괴석들이 만물상을 이루며, 등산객의 발길만큼이나 수많은 등산로가 있다.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워 남산을 일등으로 꼽는 사람들은 "남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고 한다. 곧, 자연의 아름다움에다 신라의 오랜 역사, 신라인의 미의식과 종교의식이 예술로서 승화된 곳이 바로 남산인 것이다.
경주의 남산을 말하면 신라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신라의 시조인 박혁서세가 알에서 태어난 나정과 신라의 종말을 가져온 포석적이 남산 북서쪽 자락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또한 신라의 초기 왕국 나을 신궁과 왕릉을 비롯해 도성을 지켜온 남산신성과 산성, 불교의 유적지인 탑과 부처상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남산에는 왕릉이 13기, 절터가 147곳, 불상 118기, 탑 96기 등 문화유적의 수가 무려 670여 개에 이르러 노천 박물관을 인정받아 2000년 12월에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하였다.
산행의 시작은 삼릉주차장이다.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면 경주 국립공원 사무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지도를 받아 가는 것을 추천한다. 산행을 하는 중에 문화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걷는 중간중간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산행을 시작하면 솔숲으로 이어지고 지친다 싶을 쯤에 솔숲의 끝이 보이면서 계곡이 자리하게 된다. 계곡은 3개의 능이 자리 잡고 있어
삼릉계곡이라 하는데 여름에도 찬 기운이 돌아서 냉골이라고도 불린다.
삼릉은 신라 제8대 아달라이사금,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 등 박씨 3왕의 능이라고 전해진다. 삼릉계곡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석조여래좌상은 길가 바위에 무심히 앉아 있는데 머리와 손 등이 파손되어 있다. 여기서 가파른 왼쪽 산길을 100m쯤 오르면 마애과음보살상이 바위돌에 새겨져 있다. 보살상을 보고 내려와 다시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선각육조불로 향하는 이정표를 만난다. 그쪽으로 20m쯤 걸으면 선각육존불을 볼 수 있다. 선각육존불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1호. 경주 남산삼릉 계곡 입구에 있는 선각(線刻 : 선으로 새김)의 마애불상군이다. 불입상이 본존인 삼존상과 불좌상이 본존인 삼존상이 각각 다른 바위 면에 새겨져 있다.
선각육존불에서 육존물 바위 위로 올라가 5분 정도 걸음면 삼릉 계곡 선각여래좌상을 볼 수 있다. 여기로 오르는 안내판이 없으므로 길을 찾을 때 주의해야 한다. 선각여래좌상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59호. 경주 남산 서쪽 사면 삼릉 계곡의 넓은 바위 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바위 면의 중간쯤에 가로로 깊이 파여 있는 균열선을 배려하여 그 윗부분에 결가부좌(結跏趺坐)한 불신을 부조하고 그 아랫부분에 연화대좌를 배치하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얼굴과 손 그리고 상체의 옷자락 부분만 얕은 돋을새김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선각(線刻 : 선으로 새김)으로 간략하게 처리하였다.
여기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상선암이다. 상선암에서 100m쯤 가면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이 화강암 바위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애서가여래좌상은 높이 8.80m.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58호. 높이 7m, 너비 5m의 자연석의 거대한 바위벽에 새겨진 불상으로 머리에서 어깨까지는 입체적으로 깊게 조각한 반면, 몸체로 내려올수록 얕은 선각(線刻)으로 조각한 특이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몸을 약간 뒤로 젖히고 있으며, 반쯤 뜬 눈은 속세의 중생을 굽어 살펴보는 것 같다. 머리에서 어깨까지는 입체감있게 깊게 새겨서 돋보이게 한 반면 몸체는 아주 얕게 새겼다. 전체적인 양식으로 보아 통일신라 후기에 유행하던 양식의 마애불로 추정된다.
마애석가여래좌상을 지나 좀 더 오르면 능선길이 나온다. 능선 갈림길에서 상사바위는 오른쪽, 바둑바위는 왼쪽을 가야 한다. 왼쪽의 바둑바위는 경주 시내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으로 무열왕릉을 비롯한 많은 유적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므로 잠시라도 가서 쉼을 가져보기를 추천하는 곳이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상사바위를 지나면 금오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서 내려와 임도를 따라 걸으면 용장사지로 내려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정상에서 용장사곡까지 40분정도가 걸린다. 용장사곡의 삼층석탑은 남산의 7대 보물 중 하나이다.
용장사곡에는 여러 곳에 절터가 있고, 석축·석불·석등이 있어 승려들이 불도를 닦던 곳임을 알 수 있는데, 이 석탑은 남산의 정상 부근에 있다. 이 탑은 하층기단(基壇)을 생략하고 직접 암석에 높이 약 6cm의 굄 1단으로 상층기단 중석을 받쳤다. 중석 가운데 1면은 1석(一石), 나머지 3면은 2석씩 모두 7장의 판석(板石)으로 구성하고, 각 면에는 우주(隅柱)와 탱주(撑柱) 1개씩을 새겼다. 석탑 아래에는 삼륜대좌 위에 석조여래좌상과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석조여래좌상은 용장사지 빈 터의 삼층석탑형 대좌 위에 안치되어 있는데 머리 부분은 없어졌다. 1923년 봄, 대좌에서 굴러 떨어진 것을 복구하였다고 하며, 9년 뒤인 1932년 다시 도괴된 것을 그 해 11월에 제자리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그때 벌써 목이 부러져 있었고 3층 대좌가 거꾸로 놓여 있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 한 번 더 도괴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머리가 없어졌기 때문에 승형(僧形)으로 추정하는 설도 있고, 『삼국유사』 현유가조(賢瑜伽條)에 기록된 용장사의 보살형 미륵상인 미륵장육상(彌勒丈六像)으로 추정하는 설도 있다. 후자의 설이라면 신라 경덕왕 때인 8세기 중엽의 불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머리 부분이 없으므로 불상의 이름과 양식을 분명히 알 수 없다.
석조여래좌상은 경주 남산 용장사곡 석조여래좌상(보물 제187호)의 뒤쪽 바위벽에 새긴 마애여래좌상이다.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으며 원만한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양 어깨에 걸쳐 내린 옷에는 평행선으로 이루어진 잔잔한 무늬가 밀집되어 있다. 손은 오른손을 무릎 위에 올려 손끝이 땅을 향하고 있으며 왼손은 배 부분에 놓여 있다. 불상은 연꽃이 새겨진 대좌 위에 양 발을 무릎 위로 올린 자세로 앉아 있으며, 머리광배와 몸광배는 2줄의 선으로 표현하였다. 아직 판독은 어려우나 글자가 10자 새겨져 있고, 보존 상태도 양호해 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용장사의 절터를 마지막으로 하산을 한다. 하산은 계곡을 따라 내려오며 용장마을에서 산행의 끝이 된다.
경주의 남산을 산행하는 것은 단순한 산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 신라의 많은 유적과 불교 문화유적을 둘러 본다는 마음으로 한 곳 한 곳을 놓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 유적지마다 놓치기 아까운 아름다움이 숨어 있으므로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산행이 될 것이다.
'무님의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라가 만든 철옹성 < 보은 삼년산성 > (0) | 2020.11.15 |
---|---|
눈이 내리길 기다리는 마음 < 월정사 전나무 숲길 > (0) | 2020.11.13 |
동화 속에 나올 듯한 숲길 < 인제 자작나무숲 > (0) | 2020.11.11 |
우리나라 5대 억새 군락지 중 < 정선 민둥산 > (0) | 2020.11.10 |
다산초당에서 정약용의 기운을 받아 볼까 < 다산유배길 > (0) | 2020.1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