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은 점봉산 남쪽 능선에 자리하고 있으며 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 설악산이 화려한 산세로 이름을 날리는 반면, 점봉산은 수수하다. 만삭의 여인처럼 불룩하게 솟은 정상부가 그렇다. 그러나 이 산의 품은 한없이 깊고 깊다. 그 깊은 품에서 나무가 자라 숲이 되고, 다시 다른 나무에게 자리를 내주는 천이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점봉산은 ‘활엽수가 이룬 극상의 원시림’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 원시림 끝에 점봉산을 넘는 부드러운 고개가 있다. 곰배령이다. 이 고개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들꽃이 어울려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극상의 원시림을 거닐어 만나는 꽃대궐, 여름날의 행복한 추억으로 부족함이 없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산림청에서 천연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곰배령이라 할 수 있다.
곰배령은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한채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고갯마루 넓은 평원에 야생화가 가득하여 사람들의 발길이 끈이질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곰배령은 강원도 인제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봄은 늦게 찾아오고 가을은 일찍 지나가는 곳이다. 그러기에 곰배령의 야생화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지도 모른다.
곰배령은 산림청 홈페이지에 탐방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다. 입산 당일 점봉산생태관리센터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입산허가증을 받으면 트레이킹이 시작된다. 생태관리센터에서 곰배령으로 오르는 길은 계곡과 숲길이 이어진다. 생태괸리센터에서 20분쯤 걷다 보면 강선마을이 나온다. 강선마을을 지나면 계곡으로 징검다리가 놓여 있는데 징검다리를 건너 감시초소를 지나면 숲이 나오기 시작한다.
숲으로 들어서면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봄에는 고비가 우거져서 그 푸르름이 더해진다. 오솔길의 끝부준 다시 징검다리를 만나게 된다. 이 징검다리를 건너면 비탈진 경삿길의 시작이다. 이 경사진 길은 걷기에는 힘들지만 가을 단풍이 들 때면 이곳이 곰배령 가는 길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 된다. 그리고 곰배령의 마지막 구간인 깔딱 고개가 나온다.
처음 걷는 사람에게는 좀 벅찬구간이지만 산악인들에게 걸을만한 길이다. 깔딱 고개를 30분 정도 넘어가면 곰배령의 입구가 보이게 된다.
곰배령길은 2010년에 생태계 보호를 위해 평원위에 데크를 놓았다. 곰배령의 정상에 오르면 날씨가 좋은 날엔 설악산까지 보인다. 지역의 특성상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이 많아 쉽게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곰배령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면 탐방하기 전날까지 자기 이름으로 미리 신청을 꼭 해야 한다. 산행 시 신분증을 지참하여 본인 확인을 해야 하고 입산시간은 계절마다 달라지므로 확인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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