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주년이다. 세상 행복하게만 살 것 같던 신혼기를 지나 아이들을 키우느라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남들에게 살만큼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때론 작은 것에도 행복하게 살았고 때론 지긋지긋하게 싸우기도 했으며 그렇게 무뎌지고 무뎌진 결혼 20년 차다.
20년 열심히 살다 보니 결혼기념일을 챙겨보지도 못하고 벼루고 별러 20주년 해외여행이다 했더니 코로나 19란다. 이것도 내 복이려니 해야 하지만 속상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긴 추석여행을 기회로 제주여행을 잡았다. 그러자고 졸랐다.
성실하고 착한 남편은 시어머님께 어찌 말하나 고민을 했지만 결국 해내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제주다.
이번 제주여행의 목표는 휴식이다. 아무런 계획을 잡지 않고 그날그날 마음가 가는 곳을 따라 움직이려 한다.
겨우 잡은 비행기 시간은 새벽... 제주도 도착이 8시가 좀 안된 참 이른 시간이었다.
렌트를 하고 고민을 한다. " 뭐 할까? "
아침이니 밥을 먹자고 했다. " 뭘 먹을까? "
가면서 알아보자며 차를 출발하고 5분도 안 되어 작은 몸국 집이 보인다. 우리는 몸국이 뭔지도 몰랐다.
인적이 드문 바닷가 작은 하얀 건물... 주차되어 있는 차가 많아 우리도 덩달아 차를 세웠다.
이것이 우리의 첫 무계획 식사다.
작은 가게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고 우리도 가게 안 방안에 자리를 잡았다. 슬쩍 옆 테이블을 보니 몸국에 고등어구이를 식혀 먹고 있었다. 나는 묻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 몸국 4개요~~"
작은 뚝배기에 나온 몸국은 얼핏 보면 시래깃국 같았다. 수저를 들고 한술 뜨는데 가족들 표정이 이상하다.
나도 한입 뜨는데 '아~~~ 뭔가 굉장이 낯설다.'
그래도 주문한 음식은 남기지 말아야지~~~ 야무지게 먹어준다. 아이들은 몇 수저 먹더니 수저를 놓았다.
다시 차를 타고 출발하며 검색을 해보니 나름 꽤 유명한 몸국 집은 로 돼지 사골을 푹 끓여내 해초를 넣어 끓이는 제주 전통 국밥이라고 한다. 사골국에 된장을 풀고 칼칼하게 청양고추를 넣어 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무래도 해초 넣은 것의 맛이 많이 낯설고 비릿하게 느껴졌나 보다.
이곳은 < 김선희 몸국 > 집이다. 나는 나름 그런대로 후회 없는 식사였다.
밥을 먹었으니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커피를 마시려면 경치가 좋은 곳이 좋고 제주의 경치가 좋은 곳은 바닷 가고 그리고 가까운 바다를 찾으니 해수욕장이 옆이다. 그래서 함덕해수욕장으로 갔다.
해수욕장에 도착해서 바다를 본다. 앞으로 며칠 원 없이 볼 바다다. 보고 또 봐도 좋은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둘러보니 차가 많고 사람이 북쩍이는 곳은 있다. 참 예쁜 건물이고 테라스엔 사람이 앉아 있다.
" 아~~ 저곳은 카페구나... " 멀리서 그냥 봐도 딱 카페다.
바다가 바로 옆이고 1층과 2층이 서로 다른 분위기지만 어느 한 곳 선택하기 고민될 정도로 좋다. 바다 옆 1층은 테라스에 썬배드도 있고 실내와 실외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오픈되어 있다. 2층은 해변에 바로 연결이 되어 있는 곳으로 실내도 꽤 넓고 직영으로 만든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2층의 테라스는 테이블을 곳곳에 놓아 바다를 바라보기가 차 좋다.
이것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검색을 시작했다. 이렇게 좋으면 분명 이곳은 유명한 곳일 게다.
< 카페 델문도 > 역시 유명하다. 제주도 어느 카페가 유명하지 않게냐만은 이곳도 유명하다. 좋은데 신선하지가 않다.
남들 다 가는 곳은 지향하자고 해 놓고 좋은 곳을 보면 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고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은지라
유명한 곳이 좋은 곳이 될 수밖에 없다.
< 카페 델문도 >로 들어오는 2층 입구에는 빵을 직접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들어오면 빵을 주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왠지 모를 맛있을 거라는 믿음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몇 가지 빵을 담고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을 받아 1층 바닷가에 앉아 커피를 마셔본다. 요즘 커피맛이 좋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만은 여기에 경치 맛이 더하니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 빵맛은 맛없다 할 수 없지만 자꾸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1시간을 조금 넘는 시간 다시 바다를 보며 앉아 있었다. 바다니까 보는 거다. 바다니까 지겹지 않은 것다.
' 다음은 어디를 가야할까 ' 제주에 와서 이런 고민 해 보는 것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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