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14코스는 고요하고 아늑한 초록의 숲길 올레와 시원하게 생동하는 파랑의 바당 올레가 어우러진 길이다. 제주의 농촌 풍경에 마음이 탁 풀어지는 밭길을 지나면 곶자왈처럼 무성한 숲길이 이어지고, 폭신한 숲길을 벗어나 물이 마른 하천을 따라가노라면 어느새 걸음은 바다에 가 닿는다. 돌담길, 밭길, 숲길, 하천길, 나무 산책로가 깔린 바닷길, 자잘한 돌이 덮인 바닷길, 고운 모래사장 길, 마을길 들이 차례로 나타나 지루할 틈 없는 여정이 이어진다. 바다에서는 아름다운 섬 비양도를 내내 눈에 담고 걷는 코스다. 총거리는 18km이고 소요시간은 5~6시간 정도 걸린다. 처음을 시작으로 좀 힘든 구간을 걷다가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길이 순해진다.
걷기의 시작은 저지예술 정보화마을이다. 저지마을의 농로를 걸어가면 큰 소낭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큰 소낭 숲길은 큰 소나무가 많은 숲길이다. 제주올레에서 길을 개척하면서 붙인 이름으로, 낭은 제주어로 나무를 뜻한다. 큰 소낭 숲길을 지나면 굴렁진 숲길 그리고 월령 숲길로 이어진다. 월령 숲길을 끝나면 무명천 산책길 입구가 보이다.
무명천 산책길 입구는 월령리의 무명천 할머니 친아영 할머니를 기념하는 작은 기념관으로 제주 4.3 사건 당시 경찰의 총에 맞아 턱에 큰 상처를 입은 할머니가 상처를 무영천으로 가리고 다녔던 것에서 유래해 무명천 할머니라 불리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살던 집을 기년관으로 꾸미고 올레 14코스의 일부 구간은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무명천 산책로로 명명하여다고 한다.
무명천 산책길을 지나 1시간 30분 정도를 걷다 보면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가 멋진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월령리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선인장이 자생하는 지역으로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 보호되는 곳이다. 목재데크길로 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다. 예로부터 월령리에서는 뱀이나 쥐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돌담에 선인장을 심었다고 한다. 5~6월에는 노란 꽃을 피우고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자주색 열매가 열린다.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까지 오면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걷기의 시작부터 중산간지와 마을을 지나왔다면 힘든 구간은 지나오고 순하고 멋진 바닷길이 기다리고 있다.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를 지나 30여분 정도 걸으면 일성 제주비치콘도가 나오는데 이곳부터 금능해수욕장까지는 휠체어 구간으로 걷기에 편한 길로 되어 있다. 금능 해수욕장은 제주에서 바다색이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금능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은 나란히 붙어 있다. 두 해수욕장 모두 모래에 조개껍질이 많이 섞여 있어 모래사장이 은빛으로 빛난다. 바다 빛깔도 탄성을 자아낸다. 수심이 얕고 경사도도 완만해서 아이들과 해수욕을 하기에 특히 좋다. 2007년도에 해양수산부에서 우수해수욕장으로 지정했다. 금능해수욕장을 시작으로 협재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변길 옆으로는 예쁜 카페가 많아 쉬어가기 좋은 구간이다.
협재해수욕장을 지나면 옹포포구가 있다. 옹포포구의 옛 이름은 ’ 독개’로, 독은 제주어로 항아리라는 뜻이다. 삼별초 항쟁과 목호의 난 때 상륙전을 치른 전적지이다. 1270년(고려 원종 11년) 이문경 장군이 삼별초의 선봉군을 이끌고 이곳으로 상륙, 고려 관군에 승리를 거둠으로써 처음으로 제주를 점거했다. 1374년(고려 공민왕 23년)에는 최영 장군이 3백14척의 전선에 2만 5천 명의 대군을 이끌고 상륙, 몽고의 목호 3천 기를 격퇴했다. 옹포포구에서 종착지인 한림항까지는 1시간 남짓 걷는다. 한림항의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올레 14코스의 걷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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