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4코스는 절반은 해안길과 나머지 절반은 오름과 중간산을 걷는 가장 길고 힘든 코스다. 걷기에 시작은 표선 해비치 해변에서 시작한다. 표선 해비치 해변에서 표선 해녀의 집을 중간 길까지는 바닷길을 따라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이 길은 휠체어 구간이기도 하여 길이 잘 닦여 있으며 산책하듯 걷기에도 좋은 눈부신 백사장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해안 올레다. 이 길을 지나면 해변의 집이 나온다.
해녀 탈의장인 해녀의 집을 지나 바다의 앞부분이 가느다랗다고 하여 이름 붙인 '가는개' 를 건너면 어촌마을 세화 2리로 접어든다. 세화 2리의 옛 이름, 가마리의 해녀 올레는 ‘세계 최초의 전문직 여성’으로 불리는 제주 해녀들이 바닷가로 오르내리던 길이다. 이어지는 바다 숲길은 제주올레에 의해 35년 만에 복원된 길로 이 길을 만들 때 해병대 장병들이 도와주어서 '해병대길'이라고도 불린다. 가마리 해녀 올레가 제주 해녀들의 삶을 상기시키고, 가는 개 해병대길, 새로 만든 거슨새미 가는 길 등 역사와 문화가 깃든 길들이 이어진다. 볼거리가 많아 걷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해병대 바닷길을 지나면 이제 산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든다. 이 길부터는 좀 힘든 구간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힘든 구간 입구에 위치에는 ' 알토산 고팡 '이라는 돈까스 집이 있다. 제법 유명한 음식점으로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잠시 들어가 식사도 하고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물론 이곳에서 보는 경치에 빠진다면 걷는 길이 늦어질 수도 있다.
잠시간의 휴식을 뒤로하고 망오름으로 향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에 위치한 측화산이다(고도:207m). 세 개의 봉우리가 두 개의 화구를 형성하고 있는 복합형 화산체이다. 오름의 사면에는 소나무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있다.
망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혼자 걷기에는 약간 무서울 수가 있다. 울창하게 솟은 나무들로 낮에도 어둠게 느껴지고 주변에 걷는 이가 없을 때는 적막감에 젖어들게 된다. 게다가 오르는 길도 쉽지 않다. 망오름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 영천사 '가 있다. 제주에서는 여행지를 다니면서 절집을 보기가 힘든데 그래서 그런지 신선했다. 영천사는 사천왕문을 지나면 연못 위에 나무로 놓은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의 이름은 < 저승 다리>라고 한다. 이 다리를 걷너 부처의 세계로 오른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올레길을 걷다 만난 절집이라 둘러보기가 쉽지는 않으나 다리 구경은 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여기까지 오면 한 시름 놓고 걸어도 좋다. 남은 길은 제법 남아 있지만 걸어온 길보다 순하고 아름다운 길을 만날 수 있다.
영천사에서 신흥리를 지나 신흥리 포구 길로 내려오는 길은 늦은 겨울이나 이른 봄에 걷게 되면 만개한 동백꽃을 볼 수 있다. 신흥리는 동백꽃으로 유명한 마을로 동백꽃길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다. 신흥리 포구부터는 다시 바닷길을 만날 수 있다.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포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 가는 것도 좋다.
신흥리 포구를 시작하여 종착지인 남원포구까지는 47km정도를 바닷길을 따라 걷게 된다. 이 길을 걷고 있을 때쯤에는 사실 경치가 아름다운지 이 길은 어디쯤 인지도 생각지 못할 만큼 힘들기도 하고 날도 저물어 가는 지라 그냥 걷게 된다.
남원포구에 도착하면 다른 올레길을 걸었을 때 보다 내 스스로가 세상 누구보다 기특하고 대견할 수가 없게 된다. 무려 6~7시간 걷고 보면 앞으로 걸어야 할 모든 길들은 즐겁게만 느껴질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제주 올레 4코스는 힘들지만 볼 거라가 많고 나를 시험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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