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은 낙타의 등처럼 생긴 12 봉우리의 웅장한 기상이 일품인 산이다. 중부 내륙의 첩첩 산 중에서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알아본 사람은 퇴계 이황이었다. 퇴계는 청량산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싫었다.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흰 기러기뿐. 기러기가 날 속이랴 못 믿을 도화로다. 도화야 물 따라가지 마라 어주자가 알까 하노라"라고 읊으며 청량산에 대한 짝사랑을 고백했다. 그리고 자신의 호를 아예 청량산인으로 고쳐 불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퇴계 덕분에 청량산은 널리 알려져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청량산은 전체적으로 험하지만 비탈과 봉우리 사이를 부드럽게 타고 도는 산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산행 코스는 입석에서 시작해 응진전, 어풍대, 김생굴을 차례로 거쳐 자소봉에 올랐다가 능선을 타고 하늘다리를 찍고 청량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거리는 약 5km, 4시간쯤 걸린다.
청량산 입구에서 산으로 들어가려면 낙동강을 건너야한다. 옛 선비들은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다리을 건너 2km쯤 떨어진 입석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길은 초반부터 급경사가 이어지지만 10분쯤 오르면 순해지면서 금탑봉 아래 응진전이 보인다. 응진전 뒤로 보이는 큰 암봉 위에 작은 바위가 올려져 있는데, 이를 동풍석이라 한다. 이 바위는 저절로 움직인다는 전설의 바위다. 예전에 어떤 스님이 이곳에 절을 지으려 했다. 그런데 암봉 위에 바위가 있는 걸 보고 스님이 올라가 떨어뜨렸다. 다음날 보니 그 바위가 도로 올려져 있어 절을 짓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응진전을 지나 모퉁이를 돌면 청랴산의 최고의 전망대인 어풍대가 나온다. 어풍대는 천 길 벼랑으로 철난간 쪽으로 가까이 가면 청량산 육육봉이 연꽃처럼 펼쳐진다. 그 안 꽃술 자리에 청량사가 포근히 안겨 있다. 청량사의 자리는 청량산의 기운이 모이는 기막힌 명당이다. 어풍대를 지나면 신라 최치원이 마시고 머리가 좋아졌다는 총명수, 명필로 유명한 기생이 은거하며 글을 써다는 김생굴을 차례로 지난다.
이어 길은 어풍대에서 보았던 암봉들 사이를 이리저리 부드럽게 휘돌아가면 자소봉에 이르는데, 그 오묘한 조화에 힘든 줄 모른다. 코가 닿을 듯한 급경사 철계단 오르면 자소봉 정상이다. 스님들은 보살봉, 주민들은 탕건봉으로 부른는 자소봉은 청량산의 실질적인 정상이다.
자소봉을 내려오면 본격적인 능선길이다. 탁필봉과 연적봉을 우회해 급경사 철계단을 내려오면 뒤실고개 삼거리, 여기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웅장한 하늘 다리가 있다.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이 다리의 고도는 약 800m, 길이는 90m, 지상 높이 70m로 국내 최대 규모의 현수교다. 다리의 중간에서 서서 병풍바위 뒤로 보이는 낙동강은 장관이다.
내려가는 길은 뒷실고개에서 청량사로 내려간다. 청량사는 연화봉 기슭 한 가운데 연꽃처럼 둘러쳐진 꽃술 자리에 자리 잡은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송광사 16국사의 끝스님인 법장 고봉선(1351-1426)에 의해 중창된 천년 고찰이다. 창건 당시 승당등 33개의 부속 건물을 갖추었던 대사찰로 봉우리마다 자리 잡은 암자에서는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청량산을 가득메웠다고 한다. 또한 자연경관이 수려한 청량산에는 한때는 신라의 고찰인
연대사(蓮臺寺)와 망선암 (望仙菴)등 대소 27개소의 암 자가 있어서 당시 신라 불교의 요람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선시대 불교를 억압하는 주자학자들에 의해 절은 피폐하게 되어 현재는 청량사와 부속건물인 응진전만이 남아있다.
청량사는 자가용을 이용하여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으로 나와 영주를 거쳐 봉화에 이른다. 서울에서 3시간쯤 걸린다. 버스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봉화행 버스를 이용하면 2시간 40분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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