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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이야기

고려 제4대 왕 광종의 공포정치의 시작과 끝

by 무님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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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종은 재위 초반까지는 그래도 호족들의 세력을 존중해주면서 공존하는 형태로 국정을 이끌었지만 재위 중반부터는 자신의 의욕적인 왕권 강화 정책에 대해 분노한 호족들의 반발과 그들의 암살 위협에 철저히 대응하기 위해 반대파는 물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말 그대로 다 죽이거나 잡아 가두는 공포 정치로 국정을 이끌었다.

 

 

 

 

960년인 광종 11년 권신의 역모에 대한 고변으로부터 광종의 공포정치는 시작됐다. 평농서사 권신은 대상 준홍과 좌승 왕동 등이 역모를 꾸미고 있다고 참소했던 것이다. 당시 광종은 개경을 황도라고 하고 '준풍'이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공포하면서 스스로 황제의 위상을 갖추고자 하였다. 이는 곧 절대왕정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대신들 중에는 광종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한 불만을 품은 사람이 많았다.

대상 준홍과 좌승 왕동은 유력한 지방호족 출신으로 중앙의 고급 관리였다. 준홍은 혜종 원년에 세워진 정토사의 법경대사 비문 기록에 등자하는 인물로 충주의 호족이었다. 또한 왕동은 왕씨 성을 가진 것으로 보아 태조와 의가족 관계를 맺은 공신의 후손일 것이다. 따라서 왕동과 준홍은 당시 조정의 핵심 인물로 볼 수 있다.

광종이 후주 관료 출신인 쌍기를 등용하고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를 시행하면서 호족족의 불만은 극에 달에 있었다. 하지만 광종의 개혁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그에 따라 호족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평농서가 권신의 고병은 바로 이때 일어났다. 고변의 내용은 준홍과 왕동이 중심이 된 일단의 무리가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조정은 발칵 뒤집혀진다. 

광종은 이 일로 대부분의 정적들을 제거하는 데 성곡한다. 하지만 집과 노비 재산을 몰수하는 등 정적에 대한 가혹한 행위와 귀화인들에 대한 우대책으로 인해 호족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서필 등의 강직한 신하들과 조정에 남아 있던 일부 호족들은 광종의 지나친 처사를 비판하기 시작하자 광종은 남아 있는 호족 세력을 완전히 조정에서 몰아낼 마음을 먹게 된다.

 

964년 여름 고려 조정은 또 다시 피바람에 휩싸이게 된다. 태조 이래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던 박수경 일가를 몰락시킨 사건이다. 박수경은 고려 건국 이전부터 태조의 충직한 부하였을 뿐 아니라 건국 이후에는 서경 세력의 핵심 으로 부상했다. 그의 가문은 황해도 지역의 유력한 호족인 평산 박씨를 대표하며 세 명의 후비를 배출하기도 했다. 또한 왕식렴과 더불어 정종의 집권을 후원했고, 광종의 즉위를 적극 지원한 공로도 있었다.

그런데 박수경의 세 아들이 한꺼번에 역모죄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모두 조정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인물로, 큰아들 숭위는 좌승, 셋째는 대상의 위치에 올라 조정 내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 광종에게는광종은  준홍과 왕동등과 마찬가지로 박수경의 아들들 또한 광종의 개혁정치에 반기를 들었을 것으로 광종에게는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적이었을 것이다. 이 사건으로 공신 박수경은 화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이후로도 피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광종의 눈에 거슬리거나 반항의 조짐이 있는 신하들은 대부분 죽음으로 몰렸으며 왕종들까지도 눈 밖에 나면 가차없이 목이 달아났다. 이때 혜종과 정종의 아들도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는 태자 주(경종)까지도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한마디로 공포정치의 시대였다.

 

965년 강직하고 신임이 두터웠던 서필의 죽음 이후 광종은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자신의 칼날에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세우고, 백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여러가지 민심 안정책을 실시한다. 이외에도 972년 가을에는 대사령을 내렸고, 조정에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기 위해 972년에서 974년까지 지속적으로 과거를 실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광종이 애초부터 귀화인으로 조정을 이끌어 갈 생각이 없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광종 11년 이후 약 10년 동안 실시된 공포정치는 짧은 기간 내에 개혁을 완성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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