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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님의 여행 이야기

여수 향일암 - 해수관세음보살에게 소원 담다

by 무님 2020.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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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향일암은 남해를 바라보며 자리한 아름다운 절이다. 바닷가 절벽에 세워져 있어 햇살 좋은 날에는 향일암의 모습이 반짝이는 느낌이 든다. 향일암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해수 관세음보살이 있다. 여느 사찰처럼 크거나 금박을 하거나 하지 않아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절벽 위 한 자리에 포근 자리하고 있는 보살이다. 

필자가 향일암을 갔던 시기가 강화도 보문사를 갔던 그 시기였던 거 같다. 큰 아이의 뜨거웠던 사춘기와 그로 인해 마음이 많이도 아프던 시절 간절했던 마음을 알아 달라고 매달리 곳이 필요했던 때이다.

 

여수 해수 관세음보살

 

향일암은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산7번지의 금오산에 있는 사찰이다. 전국 4대 관음 기도처 중의 한 곳으로 644년 백제 의자왕 4년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원통암이라 불렀다. 고려 광종 9년(958)에 윤필거사가 금오암으로, 조선 숙종 41년 (1715년)에 인묵 대사가 향일암이라 개칭했다. 이 곳은 원통보전, 삼성각, 관음전, 용왕전, 종각, 해수관음상을 복원, 신축하여 사찰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는데 2009년 12월 20일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원통보전), 종무소(영구암), 종각을 2012년 5월 6일 복원하여 낙성식을 가졌다. 마을에서 향일암을 오르는 산길은 제법 가파른 편인데, 중간쯤에 매표소를 지나 계단길과 평길을 돌아 오르는 길이 있다. 암자 근처에 이르면 집채 만한 거대한 바위 두 개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곳이 다른 사찰의 불이문에 속하는 곳이다. 또한 임포마을 입구에는 수령이 5백 년이나 된 동백나무가 있고 향일암 뒤 금오산에는 왕관바위, 경전 바위, 학사모 바위, 부처바위가 있다.

 

향일암에 오르면 거북이 모양의 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거북이들은 향일암에 전해 오는 많은 전설들과 관련이 되어 있는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소원을 들어주는 거북이의 전설이다.

 

' 산 모양이 거북이를 쏙 빼 닮았다. 창건설화에 따르면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남해 금오산을 둘러보고 거북이 모양을 한 이곳에 이르러 천하의 명당임을 알아챈 후 사찰을 창건했다고 한다. 사찰이 위치한 곳은 거북이 몸통의 중심부다. 신비로운 건 거북이 형상을 한 산에 거북이 등껍질 같은 바위가 즐비하다는 사실이다. 풍수지리상으로 볼 때 향일암은 금거북이가 경전을 지고 용궁(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금구입해형(金龜入海形)의 명당이다.'
 
실제로 향일암을 멀리서 바라보면 금오산이 거북이의 등껍질이고 바닷가로 연결된 작은 산줄기는 거북이의 머리 모양으로 바다로 들어가는 거북이의 형상을 볼 수 있다. 어느 한 번은 시티버스를 타고 여수 관광지를 돌았는데 그때 가이드해주신 분이 향일암의 전설을 이야기해 주셨다.

 

' 금오산의 모양은 거북이의 등껍질 부분이고 그 위에 향일암이 세워져 있단다. 그리고 거북 이의 머리 부분은 금오산 줄기와 연결된 작은 섬인데 이 모양을 멀리서 보면 향일암을 태우고 바다로 헤엄쳐 가려는 거북이의 모양을 하고 있단다. 그래서 향일암의 해수 관세음보살에게 소원을 빌면 관세음보살이 소원을 모아 몇 만년에 한 번씩 이 거북이에 싣고 용왕님께 전달해 준다고 한다. 향일암에서 기도를 하면 잘 이루어진다는 얘기란다. 아직 몇 만년이 되지 않았으므로 소원이 있으면 기도를 올리고 가란다. 언제 거북이가 용왕님께 갈지 모르므로... '

이야기를 듣게 된 후 여수에 올 때면 어김없이 향일암으로 향했던 것 같다.

 

향일암에 오르는 계단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귀여운 부처상이 있다. 하나는 손으로 입을 막고 있고, 하나는 손으로 귀를 막고 있고, 마지막 하나는 손으로 눈을 막고 있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만나는 3명의 아기 돌부처 때문이다. 모두 귀엽게 미소 짓고 있는데 첫째는 입을 가리고, 둘째는 귀를 막고, 셋째는 눈을 가리고 있다. 각각 불언(不言), 불문(不聞), 불견(不見)이라는 제목과 함께 법구경의 문장들이 적혀 있다. 나쁜 말을 하지 말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악담은 돌고 돌아 고통을 몰고 끝내는 나에게 되돌아오니 항상 옳은 말을 배워 익혀야 하리(불언). 산 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불문).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하리(불견)라는 뜻이다.

 

계단을 올라 산길을 따라 오르면 커다란 바위틈으로 지나는 길이 있다. 이 길을 지나야 향일암을 관음전(용왕전) 만난다. 관음전은 대웅전의 우측에 위치한 전각으로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해상용왕과 남순동자가 협시하고 있다. 다른 명칭으로는 용왕전이라고도 한다. 용왕은 농사의 풍작과 더불어 바다의 풍어, 천재지변으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축원하며 사바세계의 중생에서 복을 주는 선신이다. 또한 다른 명칭으로는 용왕전이라고도 한다. 용왕은 농사의 풍작과 더불어 바다의 풍어, 천재지변으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축원하며 사바세계의 중생에서 복을 주는 선신이다.

향일암 원통보전은 본래 대웅전이었다. 대웅전은 항상 사찰의 중심이 되는 전각으로 큰 힘이 있어서 도덕과 법력으로 세상을 밝히는 영웅을 모신 전각이라는 뜻이다. 대웅은 고대 인도의 ‘마하비라’를 한역 한말로 법화경에서 석가모니, 즉 부처님을 위대한 영웅, 대웅이라 일컫는데서 유래하고 있다. 대웅전에는 중심에 불상을 안치하는 수미단(불단)과 부처님과 부처님 제자를 수호하는 신중을 모시는 신중단이 있다.

‘해를 바라본다’는 뜻의 향일암 대웅전 안에 1988년에 조성한 탱화이다. 탱화에 등장하는 많은 호법신들은 한국의 재래 신들이 주종을 이루는데, 이것은 재래 토속 신앙의 불교적 전개를 뜻한다.

대웅전 옆으로는 법종이 걸려 있는데 울리는 소리야 들을 수는 없었지만 상상만으로도 바다 멀리 퍼져나가는 법종 소리가 신비로울 것이란 걸 느낄 수 있다. 대웅전  앞으로 보이는 바다는 눈이 부시다. 난간 위에 앉아 있는 작은 거북이들이 지금 바로 바다로 뛰어들 것처럼 느껴지고 푸른 바다가 그 생동감을 더 해주는 듯하다.

 

향일암 대웅전을 지나 바위길을 좀 오르면 해수 관세음보살이 있는 곳에 관음전이 있다. 관음전은 원효대사가 수도 도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곳으로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다.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를 서원하는 보살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중생과 같은 몸으로 나서 중생을 감싸고 제도한다. 그러므로 어떤 어려움이나 괴로움에 처한 중생들이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의지하며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공경하면 고난과 불행을 면하고 해탈을 얻게 된다. 이는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해 관세음보살과 중생이 일체감을 형성하고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관음전 우측에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남해바다를 지나다니는 수많은 배들의 안녕과 중생들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보살이다. 이 보살이 소원을 모아 거북이를 타고 용왕에게 전달해 준다고 한다. 눈에 띄는 화려함이나 크기가 아니어서 눈을 확 끌지는 못하지만 보살의 모양새가 단아하고 포근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원을 담아주고 있다니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해수 관세음보살 앞쪽 바닷가에 있는 바위로, 원효 스님이 좌선했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이다. 절벽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보아야 하겠지만 익히 유명한 스님이 자리했던 자리라 하니 아니 볼 수는 없다.

 

삼선각은 여수 향일암의 대웅전 좌측에 위치한 전각으로 산신, 칠성, 독성 세분의 서인을 함께 봉안하고 있다. 산신은 금오산을 주관하며 불법과 사찰을 수호하고 중생의 자손 창성과 부귀를 축원하고, 칠성은 중생의 길흉화복 수명과 인연의 법칙 속에서 변함없이 움직이는 중생의 운명을 축원하여 준다고 한다.

향일암은 산길과 바위길을 오르며 암자들과 관세음보살을 봐야 하지만 힘겨울 틈 없이 볼 수 있다. 바위의 틈새를 지나고 산길을 오르는 틈틈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보면 금세 둘러보게 된다. 큰 절집들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지만 각 전각마다  모셔져 있는 불상들의 모습은 어느 절 못지않게 그 위용이 대단하다.

 

필자가 향일암을 다녀온 것은 5회 정도 된다. 절에 오르기 전의 가파는 길을 올라야 겨우 절 입구를 맞이하게 되는 곳이지만 그래도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물론 절에서 보는 풍경도 좋지만 바다를 바라보는 해수 관세음보살을 찾아간다고 해야 할 게다.기독교 신자로 살아온 내가 이토록 간절한 일이 생길 때면 절에 가는 것은 부처님 세계를 믿어서는 아니다. 다만 나의 마음을 묵묵히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향일암의 관세음보살은 작고 포근한 모습으로 무엇이든 괜찮다고 들어주는 것만 같아 마음에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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