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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야사이야기

허울뿐인 권자에 앉은 비운의 왕 정종

by 무님 202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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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록 <조선왕조실록>

 

 

 

정종은 성품이 순하고 차분했다. 그러나 무에를 닦아 아버지를 짜라 전쟁터에 나가 여러 차례 공을 세우기도 했다. 방석의 난을 편정하고 신하들이 방원을 세자로 삼으려고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방원은 민심이 자기편이 아닌 것을 알고 형 방과(정종)를 세자로 삼으려고 했다 그래야만 아버지의 노여움이 풀릴 것 같았다. 이성계는 막내아들 방석에게 왕위를 물려주려다가 방원에게 뒤통수를 맞고 넋이 빠져 있었다. 노여움이 머리끝에 머물고 있던 터였다. 저간의 사정을 환히 꿰뚫고 있는 방원이 세자 자리를 덥석 차고앉을 리 없었다.

방원이 형 방과를 찾아갔다.

"형님, 이제 우리 동복 형제가 나라를 끌고 가야 합니다. 형님께서 세자가 되소서."

방과는 방원의 마을을 읽고 피식 웃었다. 방원의 술수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 아우, 번거롭게 무얼 그러나. 세자 자리는 자네 것일세. 임자가 따로 있거늘 내가 무얼 하러 앉겠나."

"적자 계승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방우 형님이 아니 계시니, 당연히 형임께서 대통을 이으셔야 합니다."

"말은 고맙네만, 나는 용상에 뜻이 없네."

"그래도 대세를 거르를 수 없습니다. 세자가 되셔야 하옵니다."

우격다짐으로 나오는 방원에게 방과의 아내 김씨가 한마디 했다.

"서방님, 우리 내외를 명대로 살게 내버려두소서. 나랏님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방님께서 세자가 되시어 장차 아버님의 대업을 이으소서."

"형수님, 모든 일에는 절차와 순서가 필요합니다. 형님께서 세자가 되셔야 나라가 편안하십니다."

"아버님의 노여움 때문에 그러십니까?"

방원은 대답이 없었다.

방과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세자 자리를 끝내 사양하면 나중에 방원이 대권을 잡았을 때 심신이 편치 않을 것 같았다. 지금 방원의 말을 줄어주면 말년이 편할 것 같았다.

"이보게 아우, 내가 용상에 앉거든 지체 말고 자네가 이어받게. 그리하겠는가?"

"그러겠습니다."

방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세자가 되었다. 조정 중신들이 방원 아닌 방과를 세자로 추대하자 태자도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이성계는 곧 왕위를 방과에게 불려주고 상왕으로 물러앉았다. 방석을 잃고 왕비 강씨를 잃어 매사에 의욕이 없었다. 방과가 조선 제2대 정종이 되었다. 정종은 방원의 하수인들에게 둘러싸여 휘들리고 있었다. 용상만을 차고앉아 있을 뿐 모든 일은 방원과 그 일당들의 독단으로 행해졌다. 어서 용상을 물려주고 편히 살고 싶었다.

정종 즉위 초, 방원의 도당 남재가 대궐 뜰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정안군을 세자로 정해야 한다. 이 일은 지체할 수가 없거늘 상감께오서는 어이하여 미루시는가!"

이 말을 듣고 방원이 남재를 불러 꾸짖었다

"무슨 말을 그리 함부로 하여 전하의 심기를 산란케 하는가! 앞으로 말을 삼가하!"

"정안군 나으리, 전하의 슬하에 아들이 열다섯이나 되오이다. 그들 가운데 야심 있는 자가 있어 용상을 노린다면 일이 복잡하게 꼬일 것입니다. 세자 책봉을 서둘러야 합니다.!"

"전하의 아들로 대통을 이은들 어찌하리. 서둘지 마시오."

방원은 짐짓 남재의 충성심을 떠보았다. 남재가 펄쩍 뛰었다.

"나으리, 죽을 쑤어 개 좋은 꼴로 만들 작정이오? 그리는 못하오. 하륜 대감과 상의하여 우리끼리 처리할 테니 나으리는 가만히 계십시오."

"서둘지 말래두...."

방원은 말끝을 흐렸다. 형 정종의 아들이 열다섯이나 되니 불아하기도 했다. 남재는 하륜과 상의하여 세자 책봉을 서둘기로 했다. 조정 여론을 방원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개국에 동을 많고 왕자의 난을 무난히 평정한 방원이 세자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바람몰이를 해갔다. 그 후 하륜이 정종을 만났다.

"전하, 개국 전 정몽주의 난에 정안군이 없었더라면 큰일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옵나이다. 하옵고 정도전의 난에도 정안군이 없었더라면 어찌 오늘날이 이었겠사옵니까? 또한 방간의 난에도 정안군이 없었더라면 전하의 보위마저 위태로웠을 것이 아니다. 이미 하늘의 뜻과 사람의 마음이 정안구에게 기울었나이다. 세자를 삼으시어 하늘과 백성의 뜻에 따르시옵소서."  숫제 협박이었다. 정종이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미련 없이 대답했다.

"옳은 말이오. 나의 뜻도 같으오. 곧 정안군을 세자로 삼겠소."

정종은 드센 방원의 심복들이 얄미웠으나. 대세는 이미 방원에게로 기울어 있었다. 임금의 심복은 하나도 없었다. 세상 이치라는 것이 힘 있는 쪽으로 인심이 흐르는 법이어서 정종은 서운하지도 않았다.

정종은 상왕을 만나 방원을 세자로 삼을 뜻을 전했다.

"으음.... 상감의 아들 가운데 세자로 삼으면 방원이 폐위시킨다고 합디까?"

이성계는 심통을 부렸다. 조정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아직 방석을 잃은 슬픔이 가시지 않아 방원을 생각하면 울화부터 치밀었다.

"아니옵니다. 장차 우리 왕조를 위해서도 정안군이 임금이 되어야 하옵니다. 정안군은 야심 많은 군주가 될 것이옵니다."

"듣기 싫소! 상감 마음대로 하시오."

태조는 돌아앉았다. 정종은 세자 책봉을 서둘렀다. 그리하여 방원은 작전대로 용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민심도 따라주었다. 대세는 점점 더 방원 쪽으로 기울고, 정종은 허수아비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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