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개혁론자 < 최승로와 '시무 28조' >

최승로는 최은함의 아들로 927년 경주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아버지 최은함은 원래 신라의 6두품 출신으로 벼슬이 원보에 이르렀으며, 935년 신라 경순왕이 고려에 항복한 이후 고려 조정에 협조하였다.

최승로는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학문을 좋아하고 문장이 뛰어났다. 12세 때 태조가 그를 불러서 논어를 읽혀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981년 성종은 즉위하면서 유교사회 건설에 대한 포부를 밝힌 후 이듬해 정 5품 이상의 모든 관리에게 시무와 관련한 상소를 올릴 것을 명한다. 이때 종 2품의 정광행선관어사상주국으로 있던 최승로는 장문의 시무책을 올리게 되는데, 이것이 성종에게 채택되어 고려 사회는 또 한 번의 개혁을 시도하게 된다. 

 

 

 

 

상소문을 올리던 982년 당시 최승로의 나이는 56세였다. 최승로가 성종에게 올린 상소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첫째는 상소문을 올리게 된 배경이고, 둘째는 태조에서 경조에 이르는 5대조에 대한 평가이며, 셋째는 왕을 위한 28조에 달 하는 시무책이었다.

 

그는 상소문을 쓰게 된 배경에서 당나라 사관 오궁이 <정관정요>를 편찬하여 현종에게 올린 일을 상기시키며, 자신의 상소문 역시 그와 같은 의미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다섯 왕에 대한 최승로의 논평은 왕도정치로 귀결된다. 태조에게서는 넓은 도량과 포용력을 배우고, 혜종에게서는 왕족 간의 우애를 지키려는 마음을 배우고, 정종에게서는 사직을 보존하려는 의지를 배우고, 광종에게서는 공평무사함을 배우고, 경종에게서는 편명한 판단을 배우라고 한 것이 다섯 왕에 대한 논평의 요지였다. 물론 반대로 각 왕들의 정치적 실수들을 열거하며 그 원인과 결과를 따지는 일도 간과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시무 28조'를 열거한다.

 

 

 

 

'시무 28조'는 현재 22조의 내용밖에 전하지 않으며, 주요 내용은 주로 여섯 분야로 나뉠 수 있다.

1조는 서북 변경의 수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간언 하며 국방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고,

2조, 6조, 8조,10조, 12조,16조, 20조에서는 불교와 승려에 대한 지나친 예우를 삼가하고 연등회, 팔관회 등의 행사를 철폐하는 한편 정치에서는 유교사상을 통해 왕도정치를 실현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3조, 14조, 15조, 19조, 21조에서는 광종 대에 지나치게 강화된 시위군(왕 직할군)과 궁중 노비를 줄이고 군주가 신하를 예우하는 자세를 보이며, 공신들의 자손들에게 관직을 제수하는 한편, 국가의 번잡한 제사를 줄이고 군주가 유교적 몸가짐을 가질 것 등으로 왕의 올바른 행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4조와 5조, 18조에서는 왕의 사소한 포시 행위를 금지하고 상과 벌과 권선징악을 통한 정지를 펼 것과 중국에 보내는 사신의 수를 줄이고 금. 은. 동. 철을 사용한 불상 제작과 불경 필사의 금지를 주장하는 등 경제, 외교적 측면을 강조하고 

7조와 12조에서는 주요 지역에 외관을 파견할 것(12목 설치)과 섬 주민들에 대한 공역의 균등화 등 지방정책에 관한 언급을  하고 있다.

9조와 11조, 17조, 22조에서는 의복 제도와 가사 제도, 양반과 천민에 관한 법 등을 확립하여 엄격한 사회 신분제도를 유지할 것과 고려 고유의 풍속을 준수할 것을 언급하며 사회기강에 대한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983년 정 2품 문하시랑평장에 임명된 최승로는 성종의 유교 정치이념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돌입하다.

최승로의 과감한 개혁론은 교육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교육개혁을 변혁의 제1 과제로 삼은 성종과 최승로는 중앙에 국자감을 설치하고, 각 지방에 학교를 설치하는 한편 전국 12목에 경학박사를 파견하여 대대적인 유학 열풍을 일으켰다. 개혁 과정에서 최승로는 988년에 종 1품 문하수시중에 오른다.

 

그러나 이듬해 최승로는 더 이상 연로함을 이기지 못하고 6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가 죽자 성종은 몹시 슬퍼하며 교서를 내려 그의 공훈과 덕생을 표창하고 태사 벼슬을 추증했다.